Review article

MAIN

  • 1. 서론

  • 2. 본론

  •   2.1. 신경인성방광을 대하는 현 의료의 문제점

  •   2.2. 신경인성방광 가이드라인의 문제점

  •   2.3. 해결책 제시

  • 3. 결론

  • Editorial Comment

1. 서론

척수손상학회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비뇨의학과가 함께 모여 척수손상환자를 어떻게 하면 잘 치료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학회이다. 수 년 전 척수손상학회에서 어느 때와 다르지 않게 학회에 참석해 신경인성방광에 대해 강의를 하고 다음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 학술대회는 특별하게 척수손상 환자가 나와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순서가 있는데, 이 날은 젊은 여성 한 분이 나오셔서 자신의 사고와 사고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다. 강의 중 청중에게 질문을 하셨다. “제 소원이 뭔 지 아세요?” 라고. 나는 당연히 사고 이전처럼 일어나 걷는 게 소원 이시겠지 하고 넘겨짚었는데 환자분이 주신 대답은 완전히 충격적이서 내 심장을 멎게 했다. 자신의 소원은 오늘도 나를 괴롭히고 있는 소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답이었기 때문이다.

비뇨의학, 그 안에서 배뇨장애를 세부전공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며 신경인성방광을 많이 경험해 봤지만 정작 환자의 삶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적이 없던 나를 보게 되었고, 이 환자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 지 고민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수 년 후 이 사건을 통해 건국대병원에 국내 최초로 신경인성방광클리닉을 개설하게 되었다. 30분 진료를 원칙으로 한 이유는 신경인성방광 환자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환자와의 관계를 쌓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 본론

2.1. 신경인성방광을 대하는 현 의료의 문제점

처음에는 아주 한산했던 클리닉이 2-3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예약 자리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환자들은 지방은 물론, 외국에서도 찾아오신다. 내가 명의여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갈 곳이 없어서 오는 것임을 나는 안다. 큰 병원의 대가(大家)분들이 가장 이 환자를 잘 진료하시겠지만 우리가 다 알다시피 이 대가분들은 진료해야 할 환자가 엄청나게 많다. 그러다 보니 휠체어를 타고 대형병원에 대가를 만나러 가는 것이 주저하게 될 수밖에 없다. 1차 병원 역시 이런 환자분들을 진료하기에는 어려운 의료 환경이다 보니, 이 환자들만 예약을 받고 초진 환자는 30분 진료를 원칙으로 하는 클리닉이 있다고 하니 그 멀리서 휠체어를 타고 오신 것이다.

1-2년 정도 밖에 안되었지만, 신경인성방광 클리닉을 통해 만난 환자들의 사연은 기구하기만 하다. 신혼 여행간 동남아의 한 호텔 수영장에서 남편은 다이빙을 하다 다쳐 수년 만에 사지마비로 돌아왔다는 부부, 미국 유학을 보냈던 똑똑하고 착한 아들이 대학 입학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를 타고 돌아왔다는 환자의 어머니, 멀쩡하게 중학교 잘 다니던 딸이 어느 날부터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는 길랭-바레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이 진단된 아이, 건장하고 잘 생긴 남자를 만나 결혼했는데 결핵성척수염을 앓고 죽다 살아났는데 방광은 망가져 기능을 못해 찾아온 부부 – 수많은 사연과 함께 신경인성방광클리닉을 찾는 환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소원이라는 이 소변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2.2. 신경인성방광 가이드라인의 문제점

자가도뇨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외출해서 자가도뇨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왜 이 환자들이 자가도뇨하는 것을 포기하게 될까? 늘 방광염을 달고 살면서 항생제를 비타민처럼 복용하는 환자, 방광에 결석이 가득 찬 환자, 젊은 나이에 투석을 시작한 환자, 하루에도 몇 번씩 과반사를 경험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하고 있는 환자, 기저귀를 차거나 콘돔 카테터를 차고 사는 환자들의 삶은 어떨까?

EAU 가이드라인에서는 신경인성방광 관리를 위해 시간 간격에 맞추어 자가도뇨를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보통 하루 4-5회 정도의 자가도뇨를 하고 복부를 두드리거나 힘을 주어 배뇨하는 것은 권유되지 않으며, 자가도뇨와 환자에게 맞는 약물 치료를 더불어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관리이며 치료라는 것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신경인성방광 환자를 만나면서 이 가이드라인에 심각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가이드라인을 따르느라고 환자들은 외출을 꺼려하고 사람 만나는 일이 줄어들거나 돈을 벌기 위한 경제 활동을 포기하기도 한다. 시간에 맞춰 자가도뇨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시간에 맞춰 자가도뇨를 해야 하나? 이게 최선일까?

환자들의 실상은 이렇다. 자가도뇨를 시간에 맞춰한다고는 했지만, 매번 도뇨를 할 때마다 그 소변의 양은 들쭉날쭉하다. 어떤 때는 100cc 밖에 안되지만 어떤 때는 800-1000cc가 나오기도 한다. 요의가 정확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시간에 맞춰 자가도뇨를 하게 하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대책인 것은 맞다. 하지만 최선은 아니다. 매일 삼시 세끼 먹는 게 다르고 바이오리듬도 다른데, 어떻게 시간에 따라 빼는 양이 일정할 수 있을까? 시간에 맞춰 자가도뇨를 해야 한다고 하니, 외출 시에 도뇨는 포기하게 된다. 우리 나라 같은 환경에서 자가도뇨를 외출해서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다 보니 과도한 방광 충만이 잦아지고 이로 인한 잦은 요로감염, 방광결석, 신장 기능 저하 등이 이어지게 된다. 이 가이드라인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 이런 것이다.

이의 제기는 했지만,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하면 현실적으로는 물 마시는 시간을 조절하고 자신의 바이오리듬을 잘 파악하도록 하는 것 말고는 없다. 우린 그리고 환자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2.3. 해결책 제시

실시간으로 내 방광의 소변량을 알 수 있다면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그러려면 방광 위 피부에 패치처럼 붙여 놓고 핸드폰 엡으로 이걸 보면서 자가도뇨 타이밍을 맞춘다면 늘 적당한 시기에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아이디어는 과학자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이 일을 위해 단국대 의과대학의 의공학과 김세환 교수를 만나게 되었고 우린 이 일에 의기투합했다. 방광모니터링패치를 만들어 보기로 한 것이다. 레이저를 이용해 배터리 문제를 최소화하고 실시간으로 방광내 소변량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얇고 가벼운 패치 형태로 이 장치를 만들어 특허를 냈다. 이 레이저는 인체에 무해한 근적외선을 사용한다. NIRS (Near-Infrared Spectroscopy, 근적외선분광법)는 세계 최고 레이저 연구소 중 하나인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CA, USA)의 Beckman Laser Institute에서 개발되어 20년 전부터 유방암의 진행 정도를 비침습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용도로 연구되어 온 기술이다. 그만큼 안정된 그리고 인체에 무해한 레이저이다. 김세환 교수와 연구팀은 이 레이저 기술을 바탕으로 웨어러블 기기에 사용 가능하며 방광 내 소변량을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였다.

임상에서 얻은 연구 아이디어가 실제 실현되는 것이 10%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열심히 연구는 하지만 실제 적용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는 이 통계는 늘 씁쓸하다. 우리는 이 꼭 필요한 기기가 세상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 메디띵스 [㈜ MEDiThings]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열심히 이 일을 진행시키고 있다. 현재 회사는 시드 투자를 완성했고, TIPS 프로그램에 fast track으로 선정되었으며 박사급 연구원 등 8명 직원이 채용되어 성수의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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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 MEDiThings가 개발한 방광모니터링 패치의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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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근적외선 기반 기술로 방광내 소변량을 분석, 인공지능/딥러닝으로 정확한 소변량을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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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방광 모니터링 패치의 모형

3. 결론

전 세계에 창업이란 키워드가 중심을 차지한 것은 벌써 10년이 넘어간다. 의료가 이 창업에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하나지만 의사는 이 창업이란 키워드가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사실 의사만큼 이 의료 영역에서 미충족 수요를 잘 아는 직업군은 없을 것인 데도 말이다. 의사가 그 진료실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불안정한 경제 상황, 한국의 답답한 의료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그 영역이 펼쳐질 것이다.

Editorial Comment

본 원고는 젊은 비뇨의학과의사가 진료실에서의 부딪히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과정이라고 할 수있다. 신경인성방광 환자를 진료하며 환자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고자 저자는 첨단 광학기술인 NIRS (Near Infrared Spectroscopy)와 디지털기술인 IoT를 이용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첨단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러한 의료진의 고민이 없다면 환자들의 삶의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저자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며, 이러한 노력이 신경인성 방광 환자의 요로감염 예방, 신장 기능 보존, 나아가서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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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nsberg DA et al., The AUA/SUFU Guideline on Adult Neurogenic Lower Urinary Tract Dysfunction: Diagnosis and Evaluation, The Journal of Urology, 2021 10.1097/JU.000000000000223534495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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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nsberg DA et al., The AUA/SUFU Guideline on Adult Neurogenic Lower Urinary Tract Dysfunction: Treatment and Follow-up, The Journal of Urology, 2021 10.1097/JU.000000000000223934495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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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o Y et al., Urologic Management and Complications in Spinal Cord Injury Patients: A 40- to 50-year Follow-up Study, Urology, 2017 10.1016/j.urology.2017.03.0062832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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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I. Management of the Neurogenic Bladder for Adults with Spinal Cord Injurie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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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zydacz M et al., Recommendations for urological followup of patients with neurogenic bladder secondary to spinal cord injury, International Urology and Nephrology, 2018 10.1007/s11255-018-1852-729569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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