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전립선 특이항원(prostate-specific antigen, 이하 PSA) 검사는 전립선암 진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검사이나 그 결과에 대해 위양성 및 위음성이 많아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 서구의 어떠한 가이드라인에서도 PSA의 정상치를 제시하는 곳은 없으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기관 및 진료의사들이 PSA 3-4 ng/ml를 기준치로 정하고 이보다 높으면 전립선 조직검사를 환자에게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 논고에서는 PSA가 3-10 ng/ml로 상승한 경우 어떻게 진료할 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2. 본론
전립선암 조기 진단에 대한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의 특성 및 연령대에 따라 PSA 검사 시행 시작 시기 및 기준치를 다르게 정하고 있다. 연령 45-75세의 남성의 경우 또는 전립선암의 위험성이 높은 germline mutation이나 전립선암의 가족력이 있는(이를 전립선암 발생의 고위험군이라고 한다) 40-75세의 남성의 경우 PSA가 1 ng/ml 미만인 경우는 PSA를 2-4년마다 재검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PSA가 1-3 ng/ml이거나 전립선암 발생의 고위험군의 경우 PSA가 3 ng/ml 이하인 경우는 PSA를 1-2년마다 재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75세 초과인 경우에는 PSA가 4 ng/ml 미만인 경우 PSA를 1-2년마다 재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기대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에는 스크린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림 1]. 즉, 위와 같은 경우들에서는 전립선암에 대한 추가적인 검사를 권고하고 있지 않아 PSA의 정상 수치를 누가 묻는다면 위의 기준을 설명해 주면 될 것이다.
75세 이하인 남성에서 PSA 3 ng/ml 초과이거나, 75세 초과인 남성의 경우 PSA 4 ng/ml 이상인 경우 전립선암의 가능성을 의심하게 되는데 [그림 1], 구체적인 지침은 다음과 같다.
먼저, PSA 재검하고 직장수지 검사를 시행하며 PSA가 상승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은 없는지 확인한다. PSA 재검에 있어서 항생제를 주라는 권고는 없기 때문에, 요로감염의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항생제를 1달씩 처방할 근거는 현재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PSA가 상승할 수 있는 흔한 원인으로 방광염을 포함한 요로감염을 확인해야 하므로, 요검사 및 요배양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권고 사항으로 추천되겠고, 급성 요폐를 포함한 심한 배뇨장애 역시 PSA 수치를 일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어 요속 잔뇨 검사도 필수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또한 전립선 비대증의 경우도 PSA 상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전립선 크기를 측정하기 위한 TRUS 역시 이 단계에서 시행해야 할 검사이다. 그 외 방광경 검사나 사정 등 전립선을 자극하는 행위들 모두 PSA 상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든 방광경 검사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 검사 시행 전 PSA를 위한 채혈을 하는 것이 정확한 PSA 수치를 알기 위해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한 후에도 여전히 전립선암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그 다음 단계로 시행해야 하는 것이 전립선 MRI 및 전립선암 관련 바이오마커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다 [그림 2].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이 단계에서 시행하는 MRI를 multiparametric으로 시행하라고 권고하고 있으나, 필자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 및 심사평가원의 급여 삭감에 대한 우려로 pre-Bx 전립선 MRI의 경우 biparametric MRI를 시행하고 있다. 전립선 조직검사 전 MRI를 시행하면 침습적인 전립선 조직검사 시행 전 전립선암 여부를 조금 더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나, MRI에서 전립선암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판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전립선 조직검사 후 전립선암 확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또한 현재 이용 가능한 MRI의 양성 및 음성 예측도가 100%가 아닌 점 역시 전립선 MRI 검사의 한계로, 전립선 MRI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는 경우에도 20-30%에서는 전립선암이 존재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전립선암 관련 바이오마커로는 예전부터 이용되었던 유리형 PSA 비율(freePSA/PSA), PSA 밀도(PSA/전립선 크기), PSA 속도 외에,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prostate health index (PHI), 4K score, PCa-GENE TEST, selectMDx, MyProstateScore (MPS)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유리형 PSA 비율, PSA 밀도에 대한 연구들을 종합해 볼 때 필자의 경우는 모두 0.1을 기준으로 정상/이상을 구별하고 있다. 즉, PSA가 4 ng/ml라면 free PSA는 0.4 미만이면 이상, 전립선 크기가 100 ml 라면 PSA 10 ng/ml 미만까지는 정상으로 간주하고 그보다 수치가 크면 전립선 조직검사를 고려한다. 정상인지 이상인지 애매한 경우에는 3개월 간격으로 PSA를 측정하여, 일관성 있게 상승한다면 전립선 조직검사를 고려한다. 어차피 저위험도 국소 전립선암의 경우도 능동적 감시가 가장 권고되고 있는 치료 방법이기 때문에, 3개월 간격의 PSA 검사는 전립선암 인지 아닌지 애매한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최근에 개발된 바이오마커들은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거나 도입이 되었더라도 수십만원 정도의 검사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의료진 각자 상황에 맞는 바이오마커를 이용하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에서 PSA를 일시적으로 상승시키는 상황들을 전술하였는데, PSA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경우도 살펴보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피나스테라이드 또는 두타스테라이드 등의 5 alpha 환원요소 억제제 복용으로, 6개월 복용 후 기존 PSA 수치의 50% 정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어 필자의 경우 애매하게 상승한 PSA 수치를 보이는 초진 환자의 경우 5 alpha 환원요소 억제제 처방을 하지 않는다. 만약 이 상황에서 5 alpha 환원요소 억제제를 처방하게 되면 이는 PSA 수치의 인위적인 감소를 유발하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또는 이미 있을 수 있는 전립선암의 발견을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기적인 PSA 측정 후 PSA 변화 없음이 확인되고, 환자가 배뇨장애를 호소하면서 환자의 전립선이 클 경우에는 5 alpha 환원요소 억제제 추가 처방을 고려한다.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위와 같은 단계를 거친 이후, 글리슨 등급 2(글리슨 점수 3+4) 이상의 임상적으로 유의한 전립선암이 의심되는 경우에 전립선 조직검사를 권고하고 있어 [그림 2], PSA가 기준치(통상적으로 3-4 ng/ml)을 넘으면 바로 전립선 조직검사를 일부 임상 의사의 진료 행태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무분별한 전립선 조직검사를 제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시행하게 되면 전립선암 진단율이 20-30%로 동전 던지기보다도 못한 확률로 전립선암을 검출하게 됨은 물론 1-2%의 확률로 전립선 조직검사 관련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립선 조직검사 시행 후, 전립선암 진단은 나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패혈증이 발생하게 되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가정해 볼 때, 환자들의 의료진에 대한 소송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더라도 무분별한 전립선 조직검사는 반드시 지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술한 바와 같이 저위험도 국소 전립선암은 능동적 감시가 가장 권고되고 있는 치료 방법으로 Hamdy 등이 2023년 NEJM에 발표한 ‘전립선암에 대한 모니터링, 수술, 방사선 치료의 15년 결과‘ [그림 3] 등의 대규모 연구가 이러한 권고 사항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립선암 EAU 가이드라인 역시 PSA의 정상치는 없다고 명확히 기술하고 있고, PSA가 증가할 수록 전립선암의 위험성이 올라가는 반면 낮은 PSA 수치에서도 전립선암이 발견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림 4].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도 분화도가 매우 안 좋은 전립선암의 경우 PSA 수치가 매우 낮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EAU 가이드라인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PSA 검사의 이익과 손해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PSA 검사를 시행하지 말라.
2. 기대여명이 적어도 15년 인 경우에 PSA 검사를 시행하라.
3. 50세 이상부터(전립선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45세 이상부터, BRCA2 변이가 있는 경우 40세 이상부터) PSA 검사를 시행하라.
4. 40세에 PSA 1 ng/ml 초과인 경우 및 60세에 PSA 2 ng/ml 초과인 경우 2년 간격으로 PSA 검사를 시행하라.
5. 증상이 없고 직장수지검사가 정상인 PSA 3-10 ng/ml의 환자인 경우 PSA를 재검하라.
6. 증상이 없고 직장수지검사가 정상인 PSA 3-10 ng/ml의 환자인 경우 risk calculator, 전립선 MRI 검사 또는 바이오마커 검사를 통해 전립선 조직검사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2023년에 개정된 전립선암 조기진단 AUA/SUO 가이드라인에서도 역시 PSA 상승의 절대적인 기준치는 없다고 하였고, PSA가 상승한 경우 수개월 후 재검하는 것을 권고하면서 동시에 무증상 환자에게 경험적 항생제 투여는 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연령 45-50세에서 PSA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하였고, 전립선암 발생의 고위험군인 경우에는 40-45세에 PSA 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69세까지 2-4년의 간격으로 PSA 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PSA 검사 간격 또는 중단 시점을 결정하라고 기술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 5 alpha 환원요소 억제제 처방 시 급여를 위해 1년마다 PSA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점 및 NCCN 가이드라인에서의 권고안을 참고하여 PSA 검사는 1년 간격으로 시행하고 있다. 전립선 조직검사를 시행할 지 여부를 결정할 때, risk calculator, 전립선 MRI 검사 또는 바이오마커 검사들을 시행하고, 그 결과 임상적으로 유의한 전립선암이 의심될 때에만 전립선 조직검사를 시행하라는 권고는 앞에서 언급한 타 가이드라인과 동일한 내용이다.
3. 결론
PSA가 상승한 환자가 오면 요검사 및 요배양 검사, 요속 잔뇨 검사, TRUS를 시행하여 PSA 상승의 원인을 찾아보고, 이 때 항생제를 투여할 필요는 전혀 없다. 즉각적인 전립선 조직검사가 권장되는 PSA 기준치는 정해져 있지 않고, 임상 의사가 각 환자의 임상 양상즉 전립선 크기, 요로감염, 배뇨 장애 여부 등을 고려하여 임상적으로 유의한 전립선암이 의심될 때 전립선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현재로서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전립선암 발견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유리형 PSA 비율, PSA 밀도, PSA 속도 및 전립선암 관련 바이오마커 검사 등이 있다. 전립선 조직검사 전에 전립선암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risk calculator 또는 전립선 MRI 검사가 전립선암 진단에 도움이 된다.
이를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해 보면, PSA 3-10 ng/ml의 중년 남성이 내원한 경우 PSA 밀도의 정상치를 고려할 때 전립선 크기 대비 1/10까지는 PSA가 상승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예, 전립선 크기가 100 ml라면 PSA는 10 ng/ml까지 상승 가능) PSA가 3-4 ng/ml을 넘는다고 무조건 전립선 조직검사를 하는 것은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시행하게 될 가능성이 있겠다. PSA 추이를 확인하기 위해 3개월 간격으로 PSA 검사를 시행하거나 전립선 MRI 또는 전립선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PHI 등의 바이오마커 검사를 통해 전립선 조직검사를 시행할 지 결정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