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Mycoplasma genitalium (M. genitalium)은 성매개감염병의 일종으로 tetracycline이나 fluoroquinolone 혹은 azithromycin (Azit)과 같은 경험적 항생제 치료 후 재발하는 만성요도염 원인균 중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고 있다. Multiplex PCR(유전자 증폭법) 방법으로 다양한 요도염 균 가운데 하나의 원인균을 특정화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M. genitalium 감염에 1차 치료제로 Azit을 주로 사용하고, 임상적으로 재발하면 바로 moxifloxacin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2가지 항생제의 집중 사용으로 인하여 최근 우리나라에서 관찰되고 있는 M. genitalium은 Azit 뿐만 아니라 Moxi 내성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이미 pan-drug resistance 즉 모든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임계점을 지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완치되지 않고 쉽게 재발하거나, 치료 후 성관계가 없거나 콘돔 등을 이용해 조심하게 성관계를 한 사람들조차 완치 판정받았던 M. genitalium이 다시 재발하여 환자들의 고민이나 호소가 Naver나 Daum 등 portal site에 올라오고 있다. 환자들의 질문, “조심하여도 M. genitalium은 왜 재발하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일부 의료진은 M. genitalium이 전립선 내로 수직 감염으로 재발한다고 설명하며, 전립선 내로 항생제 침투가 쉽지 않아 만성전립선염의 치료가 어렵다고 환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M. genitalium은 만성전립선염의 원인균이라는 증거는 충분한가?
병원균에 의한 질병 발생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코흐의 3원칙(Koch’s postulates)에 의해 증명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M. genitalium에 의한 전립선 감염을 3원칙에 따라 증명할 수는 없다.
그 외 다양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M. genitalium의 전립선 감염과 만성전립선염 진행을 추정할 수는 있지만, 이에 관련해 발표된 논문은 거의 없었다. 이에 따라 M. genitalium의 대가인 덴마크의 Jensen 교수와 토의하였더니, M. genitalium이 만성전립선염의 원인균이라는 증거는 아직은 부족하며, M. genitalium의 빈발한 재발은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충고하였다.
최근 저자는 만성전립선염/만성골반통증증후군(CP/CPPS)과 M. genitalium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였고 이를 토대로 M. genitalium과 전립선염의 관계, 그리고 재발성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원인에 관해 기술하고자 한다.
2. 본론
2.1. 만성전립선염과 만성골반통증증후군(CP/CPPS)
먼저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만성전립선염(chronic prostatitis; CP)과 만성골반통증증후군(chronic pelvic pain syndrome: CPPS)의 정의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CP와 CPPS은 증상이 비슷하고 치료 약물 또한 유사해 2개 질환을 동일시해 단순하게 CP/CPPS로 명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원인적인 측면으로 보면 CP는 세균이나(category II), 염증(category IIIa)에 의한 것 즉 적어도 전립선에 직접적인 염증 병변이 있음을 추정하게 하는 증거가 있지만, CPPS는 전립선 염증 증거가 없어 일부에서는 coccydynia pain, rectal pain 등으로 non-urological pain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즉 CPPS는 CP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지만, 전립선에 염증이나 세균 감염의 증거가 없어 전립선 이외의 골반 장기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으며, CP와 CPPS의 감별은 전립선마사지액(EPS)이나 마사지 후 배뇨(VB3)나 정액검사에서 균 존재나 염증세포의 존재 여부로 결정된다.
2.2. M. genitalium과 CP/CPPS
1) CP/CPPS를 진단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요도 농 삼출 같은 급성 요도염 증상은 없어야 한다. M. genitalium은 intracellular parasite나 cryptic organism 형태로 세포 내 기생하여 임균 등에 비교해 증상이나 증후 즉 요도 삼출액이 가볍거나 없는 경우도 많다. 또한, M. genitalium이 재발하는 경우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하는 때도 많아 M. genitalium에 의한 CP/CPPS의 전제 조건은 만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만일 M. genitalium 재발이 전립선 침범에 의한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CP category II에 해당할 수 있지만, 배양의 어려움을 고려한다면 IIIa 등도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확진을 위해 적어도 CP 증상과 VB3/EPS/정액에서 M. genitalium 검출과 전립선 염증 반응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3) 병원균에 의한 질병 발생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코흐의 3원칙(Koch’s postulates)에 의해 증명할 수 있으나, M. genitalium균 배양의 어려움(1원칙), 인간 전립선 내에 균 접종과 일정 시간 경과 후 전립선 조직검사(2원칙) 및 체외 2차 배양 후 같은 균 존재 확인(3원칙) 등의 과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간접적인 증거, 예를 들면, 유전자 증폭결과(VB1은 음성이지만, VB3나 EPS나 정액검사에서 M. genitalium 양성), perineal prostate biopsy를 통해 얻은 전립선 조직에서 M. genitalium이 배양되거나, 만성전립선염 증상, 증후(EPS 액이나 사정액 내에 백혈구 증가, PSA 치 증가, Pet-CT scan 등에 전립선 내 hot spot) 등의 소견으로 M. genitalium의 전립선 감염과 만성전립선염 진행을 추정할 수는 있다.
4) 미국 워싱턴 대학의 Kreiger 교수가 idiopathic chronic prostatitis 환자의 perineal prostate biopsy를 통해 얻은 조직에서 M. genitalium의 DNA가 존재한다는 보고 이후 소수의 논문에서 M. genitalium에 의한 전립선 감염이 발표되고 있지만, 동의하기에는 많은 결점이 있다.
5) 저자의 연구
저자는 M. genitalium의 전립선 감염을 연구하기 위한 1차 연구로 M. genitalium감염과 CPPS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였다.
(1) 2009년-2022년 동안 본 병원 비뇨의학과에 내원한 환자 중 유전자 증폭법 등으로 M. genitalium 감염이 확인된 113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국립보건원-만성전립선염 증상표(Korean version of NIH-Chronic Prostatitis Symptom Index; CPSI)를 이용해 골반 통증의 존재 및 특징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113명 환자는 CPSI 설문지 증상 항목에서 회음부 통증 (1a)은 25.7%, 고환통증 (1b)은 21.2%, 음경 통증 (1c)은 31%, 하복부 통증 (1d)은 18.6%를 보여주어 M. genitalium에 감염된 많은 환자가 골반 통증을 호소하였다. 배뇨 통증 (2a)은 59.3%, 사정통 (2b)은 23%에서 관찰되어 M. genitalium이 감염되면 환자의 반 이상이 요도 배농과 관계없이 배뇨시 통증을 호소하였다. CPSI 설문지에 통증 영역, 배뇨 영역, 총점의 합은 각각 6.68 ± 4.75, 2.69 ± 2.66, 15.00 ± 8.66으로 M. genitalium 감염되면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골반 통증이 관찰되었다.
(2) 항생제 내성 결과에 따라 Azit나 Moxi같은 항생제 치료 후 완치검사(Test of cure: TOC) 통해 치료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던 41명을 완치군 27명과 감염 지속군 14명으로 분류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치료 전/후 CPSI 설문지 점수 변화를 비교해 M. genitalium의 치료와 골반통 증상변화를 관찰하였다. 그 결과 성공적인 항생제 치료를 통해 CPSI 설문지 증상 항목 중 요저장 능력(item-6)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증상이 완화되었다(CPSI 설문지 총점. 감염 지속군; 15.148 ± 6.798/ 완치군; 5.357 ± 7.025, p=0.001).
(3) 113명 중 급성 요도염 증상이나 증후가 있었던 33명을 제외해 M. genitalium 감염에 의한 CP/CPPS 의심 환자 80명과 증상과 나이 분포가 유사한 M. genitalium 감염 음성 대조군 234명을 통해 증례/대조 연구를 시행해 M. genitalium 감염의 특징적인 골반통을 조사한 증례-대조군 연구에서 M. genitalium에 감염된 남성은 대조군보다 배뇨 시(1c) 및 음경 끝(2a) 두 항목에서 더 많이 통증을 느꼈다(1c, 2a 모두 p=0.0001).
따라서 저자의 결론은 M. genitalium 감염은 CPPS와 연관되어 있으며 이러한 골반 통증은 적절한 항생제 치료로 개선되었다. 보편적으로 CP의 전형적인 통증은 회음부 통증(NIH-CPSI, 1a)이나 사정통 (2b)인 점을 고려한다면, M. genitalium 감염에 의한 통증은 음경 첨부 통증 (1c)나 배뇨통 (2a)이 특징적으로 관찰되어 M. genitalium의 직접적인 전립선 감염보다는 가벼운 증상의 요도감염이 만성골반통증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추정하게 한다. 따라서 M. genitalium감염은 만성골반통증을 유발하지만, 아직은 M. genitalium감염이 직접 만성전립선염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다만, 일부 환자에서 전형적인 CP 증상과 EPS에서 염증 반응과, VB1에서 음성이지만, VB3나 정액에서 M. genitalium이 증폭되어 M. genitalium에 의한 만성전립선염을 강력하게 의심하게 하는 환자도 있어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6) 그 외 재발에 관련된 요인들
(1) M. genitalium의 진단법의 한계
M. genitalium 감염은 유전자 증폭법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검체에 1개의 균만 존재한다면 이를 40회 증폭 과정을 통하면 240 =1.099,511,627,776개로 증폭되어 쉽게 진단 가능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일정한 양 이상 존재하여야만 위양성(false positive)과 위음성(false negative)을 배제한 확실한 값을 구할 수 있다. M. genitalium은 전술한 것과 같이 감염된 세포 내에서 기생해 매우 적은 수만 존재하다. 또한, 염증 반응이 적어 농에서나 요 등의 검체에서도 소량만 관찰되고 있다. 따라서 환자가 처음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에는 증상과 감염량이 많아 유전자 증폭법으로 쉽게 진단되지만, 항생제 등으로 치료하면 그 감염량이 매우 적어져 진단의 한계(LOD: limit of detection)를 넘게되어, 감염량이 있지만 그 양이 미량이라 위음성으로 보고될 수도 있다.
(2) Azithromycin의 긴 반감기
M. genitalium 치료 후 완치 여부는 약물 종결 후 약 3주 이후에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Azit의 경우 약물 반감기가 길어 치료 후 2주 안에 검사하면 죽은 균이 증폭되거나(위양성), 있지만 미량의 균이 숨어있어 검출이 안 되는 경우(위음성)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약물치료 후 2주-3주 내 검사하면 감염량이 매우 적어 음성으로 보고되지만, 3-4주 지나 항생제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균이 증폭되어 증상이 발현되기도 한다. 따라서 M.genitalium은 약물치료 후 절대적으로 3주 이후에 완치 검사하여야 한다.
(3) 재감염
저자는 환자가 처음 방문시 완치될 때까지 성관계를 하지 말거나 하려면 콘돔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설명문을 환자에게 준다. M. genitalium의 면역을 결정하는 항원부위는 약물치료와 관계없이 단시간 내에 빠르게 변이가 일어난다. 따라서 환자 자신은 각고의 노력으로 완치되었어도 치료받지 않은 기존의 성배우자와 콘돔 없이 성관계를 가지면 성배우자의 변이된 M. genitalium에 재감염이 쉽게 일어난다. 따라서 성배우자 치료도 재감염 방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