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심장내과와 비뇨기과를 찾는 많은 환자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특히, 초기에는 앉았다 일어날 때 발생하는 기립성 어지럼증을 주로 호소한다. 노인 환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혈압약이나 전립선약을 복용하고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심장내과에서는 비뇨기과 약물 때문이라는 설명을 듣고, 비뇨기과에서는 혈압약 때문이라는 말을 듣게 되어 혼란을 겪는다. 기립성 저혈압은 단순히 어지럼증만을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추적 관찰 연구에 따르면, 여러 인자를 보정한 후에도 기립성 저혈압 자체가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기립성 저혈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적절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본론
2.1. 기립성 저혈압의 병태생리
기립 시, 신체 내 체액 분포가 변화하면서 하체로 체액이 몰리고, 그 결과 중심 혈액량이 감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심박출량과 심박출계수가 줄어들며, 이를 보상하기 위해 바로수용체(baroreceptor)를 통한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가 즉각적으로 심박수와 말초 혈관 저항을 조절하여 혈압 저하를 보상한다. 이 과정은 1~2초 내에 이루어지며, 정상적인 경우 기립 시 어지러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혈압이 낮은 환자의 경우, 순간적인 혈압 저하만으로도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기립성 활력 징후에 따른 무증상 혈압 측정 결과로 나타나거나, 현기증이나 어지러움 등의 기립성 증상을 동반하며, 눕는 자세로 전환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또한, 기립성 징후를 보이지만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반복되는 설명되지 않은 낙상, 또는 실신과 같은 명백한 의식 소실로 나타날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의 임상적 증상은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포함할 수 있으며, 기저 원인이나 악화 요인에 따라 증상이 변할 수 있다. 특히, 환자는 증상을 모호하게 설명할 수 있으며, 피로, 인지 장애, 다리 약화, 보행 장애만을 언급하거나 전혀 증상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2.2. 기립성 저혈압의 원인
기립성 저혈압의 원인으로는 자율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파킨슨병이나 당뇨병이 대표적이며, 더 흔한 원인은 의인성(약물로 인한) 원인이다. 즉, 혈압을 저하시킬 수 있는 약물이 주요 원인인 경우가 많다. 고혈압의 경우, 최근 진단 기준이 낮아지고, 적극적인 혈압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진단율, 유병율, 그리고 혈압약 처방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을 기준으로 처방하다 보니 실제로 혈압이 높지 않은 환자들이 처방을 받거나, 필요량보다 많은 약을 복용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오랜 기간 같은 약을 복용해온 노인 환자들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 줄고 체중이 감소함에 따라 혈압이 정상 범위 또는 저혈압 수준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운 계절이었고, 이로 인해 진료실에서 측정된 혈압이 매우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노인 환자들은 수분 손실이 많고 충분한 수분 보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혈압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들이 의인성 저혈압의 원인이 되며, 초기 증상이 기립성 저혈압과 어지럼증으로 나타난다. 또한, 비뇨기과에서 처방되는 알파 차단제(alpha blocker)는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하는 약물로 잘 알려져 있다.
2.3. 기립성 저혈압의 진단
기립성 저혈압의 진단 방법은 누워 있을 때 혈압을 측정한 후, 서 있는 자세에서 혈압을 측정하여 수축기 혈압이 20 mmHg, 이완기 혈압이 10 mmHg 이상 떨어질 때 진단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혈압 변화와 관계없이 서 있을 때 수축기 혈압이 90 mmHg 이하로 떨어지면 역시 기립성 저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립 시 일반적인 혈압 저하 반응을 고려할 때, 이미 혈압이 낮은 저혈압 환자들은 진단 기준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2.4. 기립성 저혈압의 치료
기립성 저혈압을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약물 치료로는 미도드린(midodrine)이나 플루코르티손(fludrocortisone)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는 기립성 저혈압에만 효과적인 것은 아니며 전체 혈압을 높이는 경향이 있어, 혈압 차이가 큰 환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전체 혈압이 낮은 환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 근거 수준은 높지 않다. 비약물적 치료로는 하체 압박(low body tense) 등이 있으며, 일어날 때 다리를 꼬거나 일어나기 전에 간단한 하체 운동을 하는 방법, 또는 한번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나는 방법 등이 있다. 이러한 방법들은 하체의 저항을 높이고 하반신으로 체액 분포를 줄이는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어지럼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 일어서서 약간의 어지러움이 있을 때, 무리하지 말고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기다린 후 움직이라고 권장한다. 또한, 복대 착용은 비교적 쉽게 적용할 수 있으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혈압이 낮은 환자에게는 수액 보충이나 소금 섭취를 권장하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치료는, 혈압을 저하시킬 수 있는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약을 중단하거나 감량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3. 결론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는 단순히 증상만을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의 양상과 투약력을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만으로는 환자의 실제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자가 혈압 측정을 통해 일상적인 혈압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립성 저혈압은 단순한 어지럼증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사망률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적절한 비약물적 치료와 약물 조정, 그리고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