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본론
2.1. 의료적 혁신과 환자 인식 변화
2.2. 남성 의학 연구에 미친 영향
2.3. 동물, 식물 보호와 비전문적인 치료법에 대한 수요 감소
2.4. 가짜 약의 사회적 문제
2.5. 노인 성범죄의 증가
2.6. 비뇨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에 미친 효과
3. 결론
1. 서론
1998년, 세계 최초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Viagra)가 등장하면서 의학계와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화이자는 1980년대 협심증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그런데 협심증 치료제 임상 1상 시험에서 우연히 발기력이 개선되는 이상 반응을 발견했다. 협심증 치료에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화이자는 아예 발기부전 치료로 연구 방향을 선회해 임상을 시행했다. 그 결과 1998년 비아그라라는 이름을 단 세계 최초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탄생했다. 출시되자마자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라고 불릴 정도로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비록 시작은 ‘우연한 기회’ 였지만, 세상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비아그라가 나오기 전에는 발기부전 치료는 주사요법이나 수술이 주를 이뤘다. 주사요법이나 수술은 환자의 고통과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비아그라는 간편하게 알약 하나만 먹으면 발기 개선 효과를 나타내 남성들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한 의약품으로 평가받았다. 2000년에는 약물의 신규성을 인정받아 의학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영국 프리 갈리엥상(Prix Galien Award)를 수상했다. 비아그라는 출시 10년만인 2008년에 120여 개 국가에서 18억 정이 팔려나갔다. 국내 남성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1년은 비아그라의 최전성기였다. 실적이 400억 원대(IMS데이터)까지 성장해 1000억 원대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40%를 점유했다. 이후는 타다라필의 매일 복용법 유행, 유데나틸, 미로데나필 등 다양한 성분들과 복제약들이 쏟아져 나와서 매출 점유는 급격히 낮아졌지만, 비아그라로 촉발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의 등장이 의료와 사회에 끼친 영향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었다.
성기능 연구, 남성의 성 건강에 대한 인식, 환자와 의사의 관계, 그리고 사회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그 방대한 변화를 비아그라가 출시된 지 25년째를 맞아 되짚어 본다.
2. 본론
2.1. 의료적 혁신과 환자 인식 변화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이라는 ’질환‘이 환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재조명하게 했다. 발기부전은 단순한 생리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자존감, 대인 관계, 그리고 전반적인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졌다. 비아그라는 이런 문제를 단순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발기부전을 겪는 많은 남성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비아그라의 등장으로 인해 의사와 환자 간의 대화도 큰 변화를 겪었다. 특히, 비아그라의 등장은 발기부전 치료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는 데 이바지했다. 과거에는 발기부전 문제를 꺼내는 것이 불편했지만, 비아그라 출시를 계기로 환자들은 더욱 개방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환자가 적극적으로 의료진을 찾아 의학적 치료를 받는 문턱을 낮추었고, 발기부전이 단순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는 의료진들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의사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환자의 성 건강을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치료법을 제안하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비아그라의 성공은 다른 성 건강 관련 연구와 치료제 개발을 촉진했다. 그 결과, 다양한 발기부전 치료제와 성 기능 개선 약물이 개발되어 환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러한 발전은 성 건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환자 개개인에 맞춘 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데 이바지했다.
2.2. 남성 의학 연구에 미친 영향
비아그라의 등장은 발기부전, 성기능 장애와 같은 남성의학의 학문적 흐름을 획기적으로 바꾸게 된다. 지금은 발기부전의 진단에 가장 기본적인 설문지로 널리 활용되는 IIEF (International Index of Erectile Function) 국제발기능평가설문지가 비아그라의 임상 시험을 위해 만들어졌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역사이다. 비아그라가 남성의학에 미친 영향은 다음과 같다.
2.2.1. 발기부전에 관한 연구 증가
비아그라의 성공은 발기부전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을 매우 증가시켰다. 별다른 치료가 없던 시절에 비교해 효과적인 경구용 약물의 등장은 의료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이는 연구자들이 발기부전의 병태생리, 심리적, 신경학적, 혈관적 요인들을 탐구하기 시작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미국 국립도서관의 의학, 생명과학 전문학술자료 논문검색 사이트인 Pubmed에 ’발기부전‘을 검색어로 입력하였을 때 검색이 되는 연구 논문의 수는
1992-1997년 1,841 편
1998-2003년 3,708 편
2004-2009년 5,477 편
으로 급증하였다. 물론 Pubmed에 등재되는 저널 숫자가 증가하고, 2000년대 초반에는 tadalafil, vardenafil 과 같은 새로운 PDE5 억제제 연구도 포함이 되어있겠지만, 1998년 비아그라의 발매 이후로 발기부전 연구 논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명백하다.
2.2.2. 새로운 약물 개발
비아그라(실데나필)의 성공은 다른 PDE5 억제제의 개발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시알리스(타다라필), 레비트라(바데나필), 자이데나(유데나필), 엠빅스(미로데나필), 아바나필과 같은 약물이 개발되어, 각 제제마다 다양한 지속 시간과 효과를 제공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구강붕해가 가능한 정제, 필름제, 가루제 및 츄잉제와 같은 제형 변화도 이루어졌다. 저용량 매일 복용법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음경재활이라는 개념으로 소개되었고, 타다라필 제제는 하부요로증상 개선에도 효과가 있어 적응증을 받게 되었다. 이와 같이 PDE5 억제제의 다양한 변신은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개인 맞춤형 접근 방식을 가능하게 했다.
최근에는 PDE5 억제제에 듀테스트리드, 탐슐로신, 클로미프라민, 다폭세틴, 항고혈압제와 결합한 복합제가 개발되어 출시되었거나 출시를 곧 앞두고 있다. 또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통해 증가한 성기능 개선의 의학적 요구는 테스토스테론 치료와 남성갱년기에 관한 관심과 연구를 함께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2.2.3. 성 건강에 대한 넓은 이해
비아그라의 성공은 성 건강에 대한 넓은 이해를 가져왔으며, 성 기능 장애가 다른 건강 문제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를 들어, 발기부전은 심혈관 질환,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및 우울증 및 불안과 관련이 있으며, 심각한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하기에 앞서 발기부전이 먼저 생기기 때문에 발기부전의 진단을 통해 포괄적인 건강 상태를 점검하자는 주장들이 힘을 얻게 되었다.
2.2.4. PDE5 억제제의 발기부전 치료 목적 외 연구
PDE5 억제제는 발기부전 외에도 다른 의학적 상태를 치료하는 데 잠재적인 이점이 있는지 연구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실데나필은 폐동맥 고혈압 치료 및 특정 심장 질환 치료에도 사용될 가능성이 제시되었으며 이는 PDE5 억제제의 치료 응용 범위를 넓히게 되었다. 알츠하이머 질환 등과 같은 인지기능 장애, 레이노병(Raynaud’s Phenomenon), 심부전(Heart Failure), 고산병(High Altitude Pulmonary Edema, HAPE), 전립선 비대증(Benign Prostatic Hyperplasia, BPH), 페이로니병, 조루증 및 여성 성기능 장애에 관련된 효과도 연구가 발표되었다. 실제 국정농단 시국에서 해외 순방 물품에 비아그라가 있어 소동이 있기도 했으나 고산지역 국가 순방을 앞두고 고산병 증상의 예방 목적이었음이 밝혀지는 해프닝이 있기도 하였다.
2.2.5. 심리적 및 삶의 질 연구
비아그라의 도입은 발기부전과 그 치료가 심리적 영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촉진하게 되었다. 발기부전 치료는 환자와 그 파트너의 삶의 질, 자존감, 관계 만족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으며 이는 성건강을 전체적인 라이프 웰빙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2.3. 동물, 식물 보호와 비전문적인 치료법에 대한 수요 감소
비아그라의 등장은 전통적인 정력 증진제로 사용되던 동물과 식물에 대한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아그라의 복용이 증가하면서 바다거북, 해마, 그리고 여러 종의 도마뱀과 같은 동물의 장기를 이용한 성기능 개선 제품에 대한 의학적 수요가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는 밀렵과 불법 거래를 줄이는 데 이바지하여 멸종 위기에 처한 종들의 보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비아그라의 도입 이후 북미지역의 바다표범의 성기 판매는 절반으로 줄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아그라가 본격 판매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남성의 일부는 뱀, 녹용, 개고기 등 의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이 아닌, 다양한 정력제나 보양식품을 이용했다. 하지만 발기부전 치료제가 나온 이후에는 최소한 성기능 개선 목적으로의 복용 수요는 줄었으며, 성기능 개선 목적의 건강보조식품, 기능성 의약품, 인삼 제품 및 한약, 보약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2.4. 가짜 약의 사회적 문제
비아그라, 시알리스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의 인기는 마치 가짜 명품 핸드백, 가짜 명품시계처럼 가짜 약을 제조, 판매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병원을 방문하기 꺼리는 심리와, 정품 약의 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가짜 비아그라, 가짜 시알리스는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했다. 대한남성과학회에서 조사한 결과, 밀수입하다 세관에서 적발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는 2007년 47만6316정에서 2010년에는 631만9210정으로 약 13배 늘었다. 2008년 한국리서치에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20~60대 남성 51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약 75%(387명)가 부작용을 경험했다. 최근 방송 매체를 통해 보도된 짝퉁 발기부전 치료제의 뉴스를 보면 발기부전 치료제의 복제 기술이 한 단계 차원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진품을 모방하는 수준을 벗어나 혀에 녹여 먹는 필름형, 커피처럼 타 먹을 수 있는 커피믹스형, 사탕형, 젤리형, 아예 용량을 두 배로 표시한 것, 다른 식품에 첨가하여 영양제처럼 둔갑한 것 등, 이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로 짝퉁 발기부전 치료제가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의뢰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판매한 가짜 비아그라에는 실데나필 성분이 정품보다 3~12배 더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랙마켓 조사 전문 웹사이트인 하보스코프닷컴(www.havoscope.com)에 따르면 전 세계 위조의약품 시장규모는 약 2000억 달러(약 219조원, 2015년 당시)에 달한다.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 문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가격이 저렴한 복제약이 많이 출시되어 비용문제로 가짜 약을 찾기보다는, 병원 방문 없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이유가 가짜 약이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2.5. 노인 성범죄의 증가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고 성기능 회복은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 범죄 역시 크게 늘고 있는데, 특히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경찰 조사결과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혈액에서도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검출되기도 하였다. 물론 발기부전 치료제가 성범죄의 도구가 되거나, 혹은 유발한 것은 아니지만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중화와 노인 성범죄의 증가가 시기적으로 같이 일어나는 것과 노인 성범죄자의 발기부전 치료제 복용 사실이 뉴스에 보도됨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
2.6. 비뇨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에 미친 효과
1998년 비아그라 발매를 시작으로 치료가 간편하고 효과가 좋은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가 보편화 되면서 발기부전 치료 수요는 늘었지만, 오히려 이 현상이 비뇨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을 감소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주장도 항상 있다. 실제 2003년도부터 20년간 비뇨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은 아래 [표 1]과 같다.
표 1.
2008년부터 전공의 지원율이 감소하기 시작해서 2010년을 지나면서 급감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는 제너릭 발기부전 치료제가 널리 퍼지면서, 비뇨의학과가 아닌 타과에서도 발기부전 치료제를 보편적으로 처방하게 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2012년 ‘비아그라’, 2015년 ‘시알리스’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제약사 80여곳이 발기부전 치료제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비뇨의학과가 아닌 내과, 가정의학과, 일반의를 대상으로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발기부전 환자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기존 질환을 치료받던 병의원의 일반의, 혹은 타 진료 분야 의료진에게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기 시작한 것으로 발기부전 환자 진료의 타과 유출을 의미한다. 비아그라 출시 초기 각 병의원에서 비아그라 처방을 위해 심전도 기기를 도입하고 부작용 면에서 많은 우려가 있었으나, 이후 높은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매우 낮아 안전한 약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어 발기부전 치료제의 처방의 문턱이 낮아지게 된 배경도 있다. 따라서 비아그라 출시를 기점으로 발기부전 치료제의 팽창과 대중화가 비뇨의학과 전공의 지원율 감소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3. 결론
비아그라의 등장은 단순한 신약 개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발기부전이라는 특정 의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발기부전을 질환으로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어 의료 수요와 관련 연구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성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키고, 전반적인 남성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사회적인 영향도 방대하다. 이제 비아그라가 세상에 나온지 25년이 지났다. 우리 비뇨의학과에 다시 한번 이와 같은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등장하기를 기대하지만,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개발 추세를 보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비아그라 출시로 한 단계 커졌던 성기능장애의 진료, 연구 영역은 이제 우리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전문화하여 비뇨의학 전문의들만이 해결할 수 있는 차별적인 치료법, 진단법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