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본론
2.1. 기전
2.2. 대처 방법
2.3. 경과관찰(Waiting)
2.4. 용량 감소, 투여시간 변경, 약물 휴지기
2.5. 다른 항우울제로 변경
2.6. 보조 또는 추가요법
2.7. 대체 요법 및 비약물 요법
3. 결론
1. 서론
현대 사회의 급속도로 변화하는 환경, 경제적 불안정, 직장 및 가정에서의 스트레스는 현대인의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며, 우울증의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의 주요 우울증(major depression) 유병률은 1.8%로 54만명 이상의 인구가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 [1]. 이와 더불어, 항우울제(Antidepressants; AD)의 사용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보고에 의하면 모든 연령의 미국인에서 지난 20년간 항우울제 사용은 4배 이상 증가했으며, 12세 이상 미국인의 11%가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것으로 나타난다 [2]. 우울증은 환자와 가족에게 매우 큰 정신적 고통, 사회적으로는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며, 또한 자살과 같은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환자와 가족의 고통,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우울증 치료에서 항우울제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지만, 다양한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성기능 장애는 항우울제 사용과 깊이 연관된 주요 부작용 중 하나로, 자존감과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며, 우울증 치료를 중단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항우울제 복용 후 나타나는 성기능 장애와 관리를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2. 본론
우울증과 성기능 장애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약 50~70%가 일정 수준의 성기능 장애(Sexual Dysfunction, SD)를 겪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러한 성기능 장애로 인해 우울증이 더욱 악화되기도 한다. 많은 환자가 우울증이 호전됨에 따라 성기능 장애 역시 회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3,4].
그러나 우울증 치료를 위한 항우울제(AD) 치료 자체가 성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항우울제가 성기능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나, 특히 SSRI 또는 SNRI를 복용하는 환자 중 상당수가 우울증 증상이 개선된 후에도 성기능 장애를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경우를 “Post-SSRI Sexual Dysfunction (PSSD)“라고 하며, 최근 들어 임상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2019년 유럽의약품청(European Medicines Agency)은 ‘SSRI 또는 SNRI 치료 이후에도 지속되는 성기능 장애’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모든 유형의 성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나, 주로 성욕 감소, 발기 부전, 성적 흥분 유지의 어려움, 성기의 무감각, 오르가즘 장애 등이 발생한다. 우울증의 본질적 특성상 성기능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증상이 항우울제에 의해 유발된 것인지 진단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환자가 항우울제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성기능 장애를 경험하지 않았고, 우울증이 관해된 이후에도 성기능 장애가 지속되며, 다른 신체적 요인으로 성기능 장애를 설명할 수 없는 경우 항우울제로 인한 성기능장애를 고려해봐야 한다 [5].
주의해야 할 점은 항우울제 등 정신과 약물 복용하는 환자들의 경우 성기능 장애에 대해 의사와 상담하는 것을 꺼리거나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들은 성기능 장애가 우울증 자체로 인한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거나, 우울증으로 성기능 장애에 대해 인지하고 고민할 정신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50% 이상의 우울증 환자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성기능 장애에 대해 의사에게 단 한 번도 상담해본 적이 없다고 보고하였으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환자가 자발적으로 SSRI 관련 성기능 장애를 언급하는 경우가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사가 직접적으로 물었을 때는 58%가 답변을 해주었다고 한다. 따라서 항우울제 복용 중인 환자에게는 의사가 성기능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성기능 장애 문제를 적극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6].
진단 및 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설문지로는 the Arizona Sexual Experiences Scale (ASEX), Psychotropic-Related Sexual Dysfunction Questionnaire (PRSexDQ; aka, SALSEX), the Changes in Sexual Function Questionnaire (CSFQ) 등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8,9]. 그러나 이러한 설문지들은 한글로 번역되어 검증된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며, 이에 대한 학회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1. 기전
항우울제, 특히 SSRI 계열 약물이 성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기전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세로토닌(serotonin)은 성욕을 억제하고 오르가즘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중추신경계의 시냅스 후 세로토닌 2A (5-HT2A) 수용체의 활성화가 항우울제 유도성 성기능 장애에 중요한 기전으로 제시된다. 이와 달리,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은 성욕과 성적 흥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SSRI는 복측 피개 영역(ventral tegmental area, VTA)에서 도파민 신호 전달을 억제해 성적 흥분을 저하시킬 수 있다 .
또한, 장기간의 SSRI 사용은 성적 동기 부여를 조절하는 5-HT1A 수용체의 하향 조절(down-regulation)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약물 중단 후에도 성기능 장애가 지속되는 PSSD의 주요 원인으로 여겨진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하향 조절이 엑스터시와 유사한 축삭 손상(세로토닌성 신경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성기능 장애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SSRI는 또한 시상하부에서 높은 농도의 세로토닌을 유발하여 이 축의 하향 조절 및 테스토스테론 수치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감소는 성욕 저하와 성적 불만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PSSD는 5-α-환원효소 억제제(finasteride) 사용 후 나타나는 성기능 장애와 유사한 기전으로 제시되며, 두 약물 모두 장내 미생물군(microbiome)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복용 중단 후에도 이러한 변화가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동물 모델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 시기 동안 SSRI에 조기 노출된 생쥐는 약물 중단 후에도 영구적인 성기능 장애를 보였으며, 이는 교미 시도, 삽입 행동, 사정 행동의 결여로 나타났다 . 이는 SSRI의 사용이 신경발달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동물 연구 결과는 인간에서도 유사한 기전이 작용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PSSD와 같은 장기적인 성기능 장애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10].
2.2. 대처 방법
항우울제 복용 후 발생한 성기능 장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처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2.3. 경과관찰(Waiting)
일부 환자들의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없이 자연스럽게 성기능 장애가 회복된다. 예를 들어 항우울제를 지속해서 복용하여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약 8~12%의 환자들은 자연스럽게 SD가 관해되거나 호전된다 [6]. 하지만 자연 관해를 기대할 수 있는 비율은 낮으며, 환자들이 성기능 장애를 이유로 항우울증 약을 자의적으로 중단하는 이슈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연구에 의하면 항우울제 복용 중인 62.5%의 남자, 38.5%의 여자 환자에서 항우울제가 자신의 성기능 장애와 연관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으며, 27.5%의 환자들이 AD를 사유로 복용 중단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이 방법은 매우 경도의 성기능 장애 환자에게만 적합한 방법일 것으로 생각된다.
2.4. 용량 감소, 투여시간 변경, 약물 휴지기
항우울제의 성기능 부작용 발생은 일정 부분 복용 용량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복용 용량을 줄이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첫번째 접근법이다. 복용 용량의 조절 범위는 사용 약물과 환자의 개인적 요인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한 연구에서는 SSRI 복용 후 성기능 장애가 발생한 30명의 환자에서 용량을 50% 줄인 후, 약 73%의 환자에서 성기능 장애가 개선되었다고 보고하였다 [6].
또한, 성행위를 예정한 시점에 항우울제의 혈중 농도가 가장 낮을 때(예: 복용 직전 또는 직후) 성행위를 할 수 있도록 투여시간을 조정하는 것도 효과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일주일에 1~3일 정도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약물 휴지기(drug holiday)’를 고려할 수 있다. 투여 시간 변경 및 약물 휴지기는 반감기가 짧은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전략으로 Sertrailine, Paroxetine 복용 후 발생한 PSSD 환자에게 이 방법이 효과적이었으며, 우울 증상 또한 악화되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다 [11]. 다만 개인적 요인과 복용 약물에 따라 금단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으며, 우울증의 증세가 다시 악화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2.5. 다른 항우울제로 변경
성기능 장애가 발생할 위험성이 큰 항우울제를 사용하고 있다면 위험성이 낮은 항우울제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해보아야한다 [표 1]. SSRI는 대부분 성기능 장애 발생 위험이 높은 약물로 간주되며, 같은 계열의 다른 SSRI나 SNRI약제로 변경해도 호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가능하면 비세로토닌성 항우울제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해야한다. 다만 성기능 발생 위험성이 매우 큰 SSRI약제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SSRI 약제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12].
Moclobemide, Agomelatine, Bupropion, Mirtazapine 등의 항우울제는 성기능 장애 발생의 위험성이 작거나, 변경 시 성기능이 다시 호전되었다는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이 이루어져있어, 사용 약제를 변경 시 우선 고려해볼 수 있다. 이외에도 Sertraline 복용 후 성기능 장애 발생 환자에서 Nefazodon으로 대체하면 성기능 장애 재발생률이 유의하게 낮다는 이중 맹검 대조연구가 있다 [13].
주의해야 할 것은 약제 변경 시에는 금단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SSRI 약제를 수 일 또는 수 주에 걸쳐 천천히 용량을 줄이고, 조금씩 다른 AD 약제의 용량을 늘려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황장애, 강박장애 등의 정신질환은 세로토닌성 항우울제 이외에는 비효과적일 수 있어, 환자의 상태와 질병 특성을 면밀히 평가 후 신중히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2.6. 보조 또는 추가요법
다음과 같은 약제를 추가함으로써 성기능 장애 개선을 시도할 수 있다.
Nurnberg의 연구에 따르면, 항우울제 복용 후 성기능 장애를 겪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sildenafil (50~100 mg)을 6주간 복용하게 한 결과, IIEF 점수와 ASEX 점수가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개선되었으며, 우울증 증상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14]. 이 연구 결과는 Fava의 2006년 이중 맹검 대조연구에서 동일하게 확인되었다 [15]. 20 mg의 daily tadalafil을 12주간 복용한 환자군에서 성기능이 유의하게 개선되었으며, 환자의 92%가 추가 요법이 성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고 답변하였다 [16]. Cochrane systematic review는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여 PDE5 억제제가 PSSD 환자에서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고하고 있어, 사용을 고려해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17].
Bupropion 지속 방출 제형(150 mg bid) 및 mirtazapine 보조 요법(15-45 mg/day)은 SSRI 또는 SNRI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의 우울 증상을 개선하면서 성기능 장애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안된다 [18,19].
Testosterone 크림과 젤은 항우울제 복용 후 성기능 장애가 발생한 여성 환자에게서 4주간의 치료 후 성경험 만족도 빈도를 유의하게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항우울제 사용으로 리비도가 소실된 여성 환자에게 유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
2.7. 대체 요법 및 비약물 요법
대체 요법으로 다마스크 장미유(Rosa damascena oil)를 사용한 연구에서, 60명의 PSSD 환자를 대상으로 8주간의 이중맹검 연구를 진행한 결과, 성기능이 위약군보다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21]. 또한, Maca root (Lepidium meyenii) 3.0g/day를 12주간 투여했을 때 SSRI로 인한 성기능 장애를 완화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이중맹검 연구 결과가 있다 [22]. 항구토제로 쓰이는 소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Pycnogenol은 메타 분석 연구에서 PSSD 환자의 ASEX score를 유의하게 향상시키는 결과를 보이기도 하였다 [23].
생약 성분으로 혈액 순환 개선에 쓰이는 Ginko biloba (40 ~ 120 mg bid)는 일부 연구에서 PSSD 개선 효과를 보였으나, 상반되는 결과의 연구도 많아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24]. Loratadine과 같은 항히스타민제도 PSSD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25]. 이외에 비약물 요법으로, female PSSD 환자에 대해 운동 요법이 가지는 효과에 대한 cross-over study가 주 3회 최대심박수의 70~85% 강도의 유산소 또는 근력 운동을 3 주 이상 시행 시 성적 욕구와 오르가즘 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26].